동긔동긔의 티스토리

 

※이 후기에는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안녕하세요 동긔동긔입니다;)

영화 기생충을 보고왔어요.

개인적으로 배우 송강호님을 좋아해서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예고편을 봐서는 도저히 무슨 내용일지에 대한 흐름? 감?을 전혀 예측을 할 수 없었어요.

영화를 다 보고나서야 영화 포스터가 이해가 되고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그럼에도 장르를 알수가 없군요.. 가족시트콤? 코미디? 스릴러? 공포? 드라마? 정말 많은 분위기들이 섞여있어서 이 영화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최근 서스페리아(2019)를 보고 충격에 빠져 하루동안 멍하게 있었지만 기생충을 보고나니 그만큼의 충격과 여운이 남아 오늘하루도 정신이 멍합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신작 `기생충`이 개봉 첫날 57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죠.

따라서 이 영화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개연성이 탄탄하고 복선도 꽤 많았으며, 사건 전개속도 또한 휘몰아치듯이 빠르게 진행되어 몰입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과연 내가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 정도 였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이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집안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희비극입니다.

 

기택의 가족은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더불어 가족들의 직업이 없습니다. 전원 백수가족이며 무선인터넷마저 없어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와이파이를 찾느라 애쓰는 모습을 영화 시작부터 볼 수 있었죠.

 

영화 줄거리는 길게 쓰지않겠습니다.

하나하나 의견을 가미하여 쓰고 싶지만 분량이 매우 방대해질 것 같기 때문에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에서 계획이란 단어가 줄곧 계속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 계획은 아주 중요한 매개역할을 하는 단어라고 생각됩니다.

 

가장먼저 기우의 계획으로 사건은 시작됩니다. 

이후 기정과 아빠 엄마까지 철저하게 빈틈없는 계획을 짭니다.

 

하지만 영화 중반이 지날쯤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그때 아빠 기택은 자신에게 계획이 있다고 기정과 기택에게 이야기하죠.

 

그런 아버지를 믿었지만 나중에는 계획은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무계획이 계획이고, 세상사람들 모두 계획을 하지만 계획대로 되는건 없다고 합니다. 

 

하류층은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안된다는 슬픈 결말이 그 말을 보충설명 해주는 듯 합니다.

 

저는 이 '계획'을 수석에 대입시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부잣집의 진열장에 있을때는 재력을 가져다주고 값비싼 물건이 되지만 기택네 가족에 있을 때에는 일종의 욕망과 헛된 꿈을 불러일으키는 재앙의 돌이 되었죠.

 

고액과외 면접을 보러갈 때에도, 홍수가 나 물에 잠긴 집에서도, 지하실의 존재를 처리하러 갈 때에도 기우는 이 수석을 꼭 끌어안고 다닙니다. 돌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며 말했던 그는 결국 이 돌로인해 되려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계획은 즉 욕망을 뜻한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자신을 옭아매는 욕망과 같은 이 수석은 기우와 함께할 때 파국을 불러오고, 이것을 놓지 않는한 암담한 비극은 집요하게 기우를 공격했던 것이죠.

 

무계획의 삶으로 화목하기까지 했던 기택네 가족은 계획적인 삶을 시도하면서 결국 실패를 맞습니다.

 

 

 

 

"그 냄새.. 그 냄새가 선을 넘어. 있어 그 특유의 지하철 타는 사람들한테서 나는 냄새."

 

 

기택의 가족이 박사장댁에 취직을 하고나서 모든게 잘될줄만 알았죠.

 

하지만 멀끔히 차려입어도, 배운 척, 있는 척, 아무리 연기를 해 봤지만 기택 가족에게 깊이 배어있는 냄새는 숨겨지지 않았습니다.

반지하에 살면서 온몸에 배인 퀴퀴한 냄새. 

 

기정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떠나지 않는한 우리에게 배인 '냄새'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얘기를 합니다.

 

어느 날 박사장 가족이 여행을 가게 되고, 집이 비는 것을 확인한 기택의 가족은 편한 복장으로 박사장의 저택을 차지한 것 마냥 편하게 양주를 마시고 집 주인이 된 상황을 상상하기도 하며 무서울 것 없이 집 주인 행세를 합니다.

 

그러다 아내가 기택의 가족을 바퀴벌레 같다고 표현합니다. "우리 집에 바퀴벌레들이 불 켜지면 샤샤샤샥 도망가잖아." 라고 얘끼하는 중 돌연 기택이 상을 엎으며 아내의 멱살을 잡고서 화를 냅니다. 이내 연기 잘하지 않냐며 능청을 떨지만 순간 정말 화가 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사장이 돌아와 테이블 밑에 숨은 기택과 그의 아들딸들이 주인이 자는 틈을 타 몰래 샤샤샤샥 빠져 나오다가 불빛이 켜질 때 얼음처럼 멈춰서는 모습을 흡사 바퀴벌레 같았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어딘가 이렇게 위협이 되는 사람을 피해 벌벌 기고 도망가는 모습들이 익숙한 상황들에 담담한 기택 가족의 모습이 더 애잔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박사장은 기택에게서 오래된 무말랭이 냄새, 행주 삶을 때 나는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테이블 밑에서 자식들과 함께 있는 자신을 이렇게 표현하는 박사장에게 기택은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요?

 

 

 연교(박사장의 아내)는 기택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대놓고 불쾌하다는 듯이 창문을 열고,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는 장면을 보여주면서도 자신은 맨발을 기택 머리위에 두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냄새는 상류층과 하류층의 계급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영화 후반부에는 기택이 냄새로 평가받는 자신을 서서히 무의식적으로 인정을 하게 됩니다. 지하실의 남자가 자신의 딸을 죽이고 아내와 몸싸움을 벌이다 죽은 지하실 남자의 몸 밑에 깔린 차키를 주우려는 박사장은 이내 역한 냄새가 나는 듯 코를 움켜쥐며 인상을 찌푸립니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나 존재가 지하실 남자와 다를게 없다는 사실을 의심하지만 조금씩 인정해가는 찰나, 코를 틀어막으며 역한냄새가 나는 듯 혐오하는 박사장의 표정을 본 기택은 온몸으로 자신의 열등감을 느꼈지 않을까요?

 

순간적으로 분노와 모멸감을 극한으로 느꼈던 기택이 주워들었던 칼의 방향은 박사장의 심장을 향합니다.

 

그 장면을 볼 때에는 상류층에 대한 하류층의 분노로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벗어날 수 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완전히 발가벗겨진 기택이 느낀 부끄러움이 만들어낸 자기혐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슬퍼요...

 


 

화마와 같은 순간들이 지나가고 아들 기우는 병원에서 깨어납니다.

의사같지 않은 의사, 형사같지 않은 형사가 자기에게 말을 거는 상황이 웃깁니다.

 

pretend. ~인 척하다. 라는 영어단어는 기우가 다혜에게 가르쳐준 단어이죠.

상류층을 빨아먹으려는 기생충에 불과했던 자신의 가족이 떠올랐던 게 아닐까 합니다.

 

기우는 계속 자신을 따라다녔던 수석을 물가에 내려놓음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욕망을 수면아래로 가라앉히죠.  주변의 돌과 섞이니 똑같이 생겨 다음에 오면 찾을 수 조차 없게 생긴 평범한 돌이었습니다.

 

   저택의 지하에서 한번 더 지하로 더 내려가 지내게 된 기우의 아버지 기택은 결국 문광의 남편이었던 그 남자와 똑같은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택은 매일매일 점등 스위치를 통해 모스부호로 아들에게 편지를 썼고, 멀리서 지켜봤던 아들은 편지의 내용을 해석하고는 자신이 성공해 이집을 사고 아버지는 계단만 올라오면 된다는 기약없는 다짐이 담긴 편지를 씁니다.

 

편지를 전달할 방법은 없으며 그 '계획'이 성공할 수도 없겠죠. 

 

 


 

 

기생충 기억에 남는 대사

●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 빵터졌죠. 

● 실전은, 기세야.

- 스킨십하며 맥까지 짚고 마음까지 얻는 기우

● 사모님이 심플해. 영앤심플.

- 진짜임. 진짜로.

●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 계획이 없으면 실패도 없는 법. 기택의 현실이 담긴 대사인 동시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슬픈 대사.

● 부자는 다 착하더라. 돈이 다리미라고,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 줘.

- 부자는 다 착하다고? 돈이면 다 되는세상 자본주의를 비꼬는 대사.

● 자꾸 누르니까 더 아파 아빠..

- 생존을 위해 발버둥칠수록 더 깊은 고통을 느끼는 현실

● 충숙언니~

- 한국문화죠... 친한 척 가족처럼 구는 문화를 비판한 대사

● 맨날 술 쳐먹는 대학생 10새끼들보다 니가 더 나아.

- 요즘 대학생들 풍자

● 근무잖아요. 일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 선을 넘지 말라 했지

 


마무리

정말 느낀 바가 많았던 영화입니다. 

끝나고 나서도 30분은 멍하게 앉아서 영화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해석할 수 있는 부분들도 정말 많았지만 의외로 의미있을것 같았지만 별것 아닌 것들(맥거핀)도 많았죠.

ex) 기택이 연교의 손을 잡는 장면 등

 

영화 초반까지는 코미디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비가오기 시작하고 박사장의 집을 완전히 차지한 듯한 착각속에 빠진 가족들에게 해고당한 가정부가 찾아오면서 한순간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들킬까봐 조마조마한 순간들을 너무도 세련되게 몰입감있게끔 잘 표현해서 심장이 터질것 같았습니다. 보통 이런부분이 들어간 영화가 호불호가 많이 갈리죠.(심약자는 주의하셔야 될것 같아요..)

 

봉준호 감독이 다시금 대단한 영화감독임을 느꼈습니다. 

영화 보신분들이 있다면 같이 여담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끝.